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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블리비언 영화 리뷰

by 축겜탐구 2021. 12. 5.

궁금한 것을 풀어가려는 잭 하퍼

영화가 시작되면 주인공 잭 하퍼(톰 크루즈)의 독백이 시작된다. 50여 년 전 외계인의 침공이 있었고 달이 파괴되었다. 거대한 지진과 해일이 일어나 지구 태반이 파괴되었고, 외계인을 물리치기 위해 핵폭탄까지 사용하여 결국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되었다.

 

모든 지구인은 위성인 타이탄으로 이주했다. 잭과 빅토리아는 마지막으로 지구에 남아, 물을 끌어올려 에너지로 바꾸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잭 하퍼의 독백을 들으면서 의문이 생긴다. 잭은 이 임무를 수행하기 이전의 기억이 지워져 있다고 한다. 이유가 뭘까? 기억을 지워야 할 어떤 상황도 존재하지 않는다. 잭도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 여전히 외계인들이 지구에 남아 잭을 공격하거나 에너지 시설을 파괴한다. 모든 것이 파괴된 지구에 외계인들은 왜 계속 남아 있는 것일까?

 

<오블리비언>은 처음부터 의심투성이다. 잭의 독백은 모든 것을 설명하기보다는 의문만을 증폭한다.

 

이후 벌어지는 사건도 마찬가지다. 수면 상태의 사람들이 타고 있는 우주선이 지구에 떨어진다. 잭은 사람들을 구하려 하지만, 무인 공격 기계인 드론이 모두를 죽이려 한다. 겨우 한 명을 구하는데, 그 여자는 잭의 기억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얼굴이다. 잭은 그녀가 가상 기억 속의 가짜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살아 있는 그녀가 눈앞에 나타났고, 깨어난 그녀는 바로 잭의 이름을 부른다. 깨어난 그녀, 줄리아는 뭔가 비밀을 알고 있다. 어떤 의심도 없고, 오로지 상부의 명령에 복종하는 빅토리아와 달리 잭은 궁금한 것을 하나씩 풀어가려 한다.

 

잭 하퍼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모험

<오블리비언>의 장르를 말하자면 외계인 침공물이다. 핵전쟁의 공포가 일상이었던 1950년대 미국에서는 <지구 최후의 날>(1951), <우주 전쟁>(1953) 등 외계인 침공 영화가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인간들 사이에 외계인이 몰래 침투하여 지구를 장악해가는 <신체 강탈자의 침입>(1956), <괴물>(1982), <화성인 지구 정복>(1988) 등도 시대를 뛰어넘어 인기를 끌었다.

 

80년대 이후 외계인 침공 영화는 백악관이 박살나는 <인디펜던스 데이>(1996), 스티븐 스필버그가 리메이크한 <우주 전쟁>(2005), 지구 전체가 전쟁터가 되는 <월드 인베이젼>(2011) 등 전쟁영화 스타일로 그려낸 외계인 침공 물이 주류가 되었다. 하지만 <오블리비언>은 외계인이 침공하여 대규모 전투를 벌이는 장면은 보여주지 않는다. 파멸 이후의 지구를 보여주면서 애잔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이면에 숨긴 미스터리다.

 

대체 외계인은 누구일까? 그들은 왜 지구인이 떠나간 지구에 남아 있는 것이고, 잭 하퍼의 기억은 지워졌을까? 만화를 각색한 <오블리비언>은 거대한 스펙터클이나 액션 장면으로 승부하지 않고, 잭 하퍼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모험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애잔한 기분이 들게하는 영화

결말을 밝힐 수는 없고, 한 가지만 이야기하자. <오블리비언>의 물음은 하나다.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잭 하퍼는 궁금했다. 그리고 과거의 시간들을 찾아간다. 그가 만들어둔 오두막에는 폐허 속에서 찾아낸 책과 LP판과 기념품 등이 곳곳에 놓여 있다. 잭은 그저 명령하는 대로 움직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궁금한 것의 해답을 찾으려 했고, 과거의 시간 속으로 기꺼이 여행을 떠났다. 그것이 잭을 진정한 인간으로 만들었다.

 

<오블리비언>이 대단히 흥미로운 영화는 아니다. 인물도, 이야기도 어디선가 봤던 것 같은 요소들로 짜여 있다. 액션도 볼품없다. 다만 폐허가 된 지구를 하늘 위에서 조망하는 것 같은 이미지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잭과 빅토리아는, 콩나물을 타고 구름 위로 올라간 잭이 만난 낙원처럼 멋진 요새에서 그들만의 평화로운 일상을 보낸다. 위장된 평화이고 행복이긴 했지만. 그 아름다운 풍경이 쇠망한 지구의 풍겨과 엇갈리며 애잔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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