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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인 블랙2 영화 리뷰

by 축겜탐구 2021. 9. 30.

유쾌한 롤러코스터 같은 영화

<맨 인 블랙2>는 웃고 즐기자는 오락영화다. 유머 감각 충만한 영웅이 있고, 오만한 악당이 있고, 멍청한 조연들이 있다. 물론 예쁜 여자도. <맨 인 블랙2>는 윌 스미스가 흥겹게 부르는 랩 음악처럼 경쾌한 입담과 기발한 유머로 관객을 즐겁게 한다. 배리 소넨펠드의 진짜 재능은 <아담스 패밀리>(1991)와 <겟 쇼티>(1995)에서 보여주었던, 조금 뒤틀린 블랙코미디다. 하지만 목표를 잘 알고 있는 배리 소넨펠드는 <맨 인 블랙2>에서 절대 오버하지 않는다. 상영 시간이 겨우 88분인 것에서 알 수 있듯, 목표 달성을 위한 최단 코스로 맹렬하게 뛰어간다.

 

<맨 인 블랙2>의 기본 줄거리는 다시 현업으로 돌아온 케이(토미 리 존스)의 이야기다. 25년 전에 지구를 찾아왔던 외계인 셀리나(라라 플린 보일)가 귀환한다. 셀리나는 과거의 비밀을 알고 있는 케이를 찾는다. 그러나 케이는 이미 기억을 잃고 사랑하는 여인을 찾아간 지 오래다. 이야기는 뻔하다. 케이가 떠난 후 제이(윌 스미스)는 새로운 파트너에 적응하지 못했고, 케이는 이미 여인과 헤어진 후다. 기억을 되찾은 케이와 어울리는 제이는, 다시 신참 취급을 받는다. 버디영화가 늘 그렇듯이 두 남자는 늘 다툰다. 다투면서 우정이 쌓이고, 그러면서도 여전히 서로를 씹어댄다. <맨 인 블랙2>는 버디영화의 한결같은 공식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

 

오락영화의 공식들을 충실하게 따르면서, <맨 인 블랙2>는 '기발함'으로 승부한다. 전편의 성공 이유는 엽기적인 유머였다. <X파일>의 세계를 코미디 버전으로 만들었다고나 할까.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외계인들이 한데 어울려 살고 있고, 옐로우 페이퍼의 '믿거나 말거나'는 모두 진실이다. 누구도 진실을 알지 못하지만, MIB만은 알고 있다. 세상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라며 농담을 던진다. 그 전제를 따르고 동참하면, <맨 인 블랙> 시리즈의 세계는 한없이 즐겁고 유쾌한 롤러코스터다.

 

거창하게 무게 잡지 않은 영화

너무 가볍다고? 물론이다. <맨 인 블랙2>의 세계는 가볍게 농담을 해보자는 것이다. 개가 노래를 부르며 담배를 피우고, 마이클 잭슨이 MIB 요원을 시켜달라며 조르는 장난질에 동참하자는 것이다. <맨 인 블랙2>는 사상 최악의 영화를 만들었던 에드 우드의 싸구려 SF를 떠올리게 하는 TV 화면으로 시작한다. 외계인 셀리나가 지구를 찾아왔고, 영웅적인 비밀 요원들이 지구의 평화를 지켜냈다는 내용이다. 그걸 본 케이는 말한다. "약간 달라." 핵심은 다르지만, 그래도 사실에 기초한 이야기다. 물론 사람들은 전혀 믿지 않겠지만. <맨 인 블랙>(1997)에서 외계인 악당이 찾아다니던 구슬 안에는 거대한 은하계가 들어 있다. <맨 인 블랙2>에서 코인 로커를 열면 그 안에서 또 다른 세계가 나온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세계는 아주 작은 것에 불과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단지 그것뿐이다. 어쩌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조차 모두 진실이 아닐지도 모른다. <맨 인 블랙> 시리즈의 주제를 굳이 거창하게 말한다면 바로 그것이다. 우주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들로 가득 차 있다.

 

거창하지만, <맨 인 블랙2>는 결코 어깨에 힘을 주지 않는다. 윌 스미스의 걸음걸이처럼 건들거리며, '이건 농담이야'라고 조잘거린다. 그 조잘거림의 수준은, 명품이다. <맨 인 블랙2>의 볼거리와 유머는 동시대 개봉한 <스타워즈 에피소드2: 클론의 습격>(2002)에 필적한다. 그만큼 웅대하지는 않지만 잔재미는 앞선다. 단 하나, 케이 역을 맡은 토미 리 존스가 너무 늙어버렸다는 사실은 영화를 보며 내내 슬펐다. 우주는 무한하지만 우리는 유한하다는 그 당연한 사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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