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으로 떠나는 마르스 1호
서기 2025년, 산업 문명이 극도로 발달한 미래 사회는 환경오염이란 벽에 부딪힌다. 지나친 공해와 삼림 파괴로 몇십 년 후 산소의 공급 자체가 불가능해질 위기가 닥친 것이다. 이에 국제연합은 화성으로 이주할 계획을 세운다. 우선 화성의 대기 온도를 높이고, 화성의 대지에 이끼를 이식하여 산소를 만들어내는 실험을 시작한다. 30년 후 군인과 과학자로 이루어진 탐사선 마르스 1호가 화성으로 향한다. 함장 케이트 바우만(캐리 앤 모스)의 지휘 아래 첫 유인 탐사에 나선 탐사대는, 그러나 화상에 발을 딛기도 전에 사고를 당한다. 강한 태양풍을 만나는 바람에 모선이 고장 나고, 착륙선도 불시착한다. 시스템 엔지니어인 갤러거(발 킬머)를 비롯한 탐사대원들을 2년 치의 산소와 식량이 비축된 무인 기지 햅을 찾아간다. 하지만 햅은 이미 파괴되어 흔적만 남아 있고, 설상가상으로 인공지능 로봇 애미가 이상을 일으켜 탐사대원들을 공격한다.
매력적인 화성
핏빛으로 붉게 빛나는 군신 마르스의 별, 화성은 공상가에게 매력적인 대상이었다. 지구와 가장 가깝고, 가장 닮아 있는 곳, 오손 웰즈가 라디오에서 <우주 전쟁>을 방송했을 때, 사람들이 '실제 상황'으로 착각할 정도로 화성인의 존재는 사실감이 있었다. <레드 플래닛>에서도 마찬가지다. 파괴된 지구를 버리고 이주할 곳으로는 화성이 1순위다. <미션 투 마스>(2000) 등 한때 SF영화의 유행처럼, <레드 플래닛>은 '과학적'인 고증을 우선한다. 대기와 물이 없는 화성을 어떻게 '과학적'으로 바꾸어 놓을 것인가.
조금은 진부한 요소
그러나 <레드 플래닛>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를 지나치게 흉내 낸다. 성별만 바뀌었을 뿐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함장 이름인 바우만을 그대로 쓰고, 애미의 돌변은 인공지능을 가진 컴퓨터 HAL의 반란을 떠오르게 한다. 지나치게 웅장한 배경음악도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풍이지만 우왕좌왕하는 <레드 플래닛>이 단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외양만이 아니라 '철학'까지 무리하게 베끼려 했다는 데서 시작한다. 마르스 1호의 정신적 지주 샹틸라는 내내 '신의 섭리'를 운운하더니 결국 영화 전체의 주제도 그걸로 마무리한다. 그러나 <레드 플래닛>은 '신의 섭리' 운운할 아무런 내적 연관이 없다. 태양풍을 만나 재난을 당하고, 화성에는 이끼를 먹고 산소를 만들어내는 이상한 곤충이 존재한다. 그것뿐이다. 과학과 신비주의가 밀고 당기는 장면 같은 건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면 갤러거의 구사일생이 신의 섭리일까? CF 감독 출신 안토니 호프만의 데뷔작 <레드 플래닛>은 태양풍이 마르스 1호를 덮친다거나 애미의 신출귀몰한 전투 같은 휘황한 영상 말고는 좀처럼 볼거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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