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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겟돈 영화 리뷰

by 축겜탐구 2021. 9. 23.

초토화된 지구

어느 날 갑자기 미국 동부에 거대한 운석이 떨어져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린다. 하지만 이것은 약과. 18일 후면 텍사스 크기만 한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고, 인간이라는 종은 말살된다. NASA는 소행성에 구멍을 뚫어 핵폭탄을 장치하고, 두 동강 내는 것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린다. 굴착 전문가를 찾아 나선 NASA는 단 한 번도 유정 굴착에 실패한 적 없는 해리 스탬퍼(브루스 윌리스)를 찾아내 해리에게 지구를 구해달라고 부탁한다. 해리 스탬퍼는 딸 그레이스(리브 타일러)의 애인인 A.J(벤 에플렉), 칙(윌 패튼), 록하운드(스티브 부세미)등 오랜 세월을 함께한 동료들과 함께 우주왕복선에 탑승한다.

 

<아마겟돈>은 전쟁영화나 첩보영화에 흔히 등장했던, 개망나니들을 모아 특수 작전에 투입한다는 설정을 이용한다. 해리의 동료들은 어딘가 한군데씩 나사가 풀린 인간들이지만 자기 분야에서만큼은 탁월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망나니들이 NASA의 일류 과학자나 백전노장의 특수부대원들도 할 수 없는 임무를 수행하며 인류를 구한다. 감동적이지 않은가. 게다가 폼 잡기로 말하자면 마이클 베이를 따라갈 감독도 흔치 않다. 마이클 베이는 뻔한 이야기에, 뻔한 강조점으로도 감동을 이끌어내는 기교를 가지고 있다. <아마겟돈>은 <나쁜 녀석들>(1995)과 <더 록>(1996)의 연속 홈런을 날린 마이클 베이의 명성을 더럽히지 않았다.

 

 아마겟돈과 딥 임팩트의 차이

하지만 <아마겟돈>에게는 <딥 임팩트>(1998)란 걸림돌이 있었다. 물론 소행성의 충돌이라는 똑같은 소재로 <아마겟돈>과 <딥 임팩트>는 서로 다른 길을 택했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라고 할 수 있을까? <딥 임팩트>의 미미 레더는 종말을 앞둔 사람들의 고뇌와 절망, 사랑으로 드라마를 만들었고, 마이클 베이는 역경을 이겨내는 영웅들의 활약을 액션과 감동의 도가니에 담아놓았다. 그러나 <딥 임팩트>가 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다가 미로에 들어선 것과 는 달리 <아마겟돈>은 정공법으로 액션에 몰두한다. 인디펜던스호의 추락, 소행성의 가스 분출과 운석 등 다양한 재난에 대응하는 액션 장면은 CF처럼 현란하다.

 

오히려 <아마겟돈>의 진짜 문제는 근원적인 것이다. <아마겟돈>에는 적이 없다. 소행성은 적이 아니라 그저 재난일 뿐이다. 해리와 그의 동료들은 우주왕복선을 타고, 적의가 없는 소행성에 도착한다. 그들은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고, 시시각각 바뀌는 재난을 이겨낼 뿐이다. 여기에는 액션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군과 적군 사이의 숨 막히는 긴장감이나 상호작용 같은 것이 없다. 나열되는 액션 장면에 관객들은 그저 입만 벌릴 뿐이고, 해리 스탬퍼와 그레이스의 이별에 눈물 흘릴 뿐이다. <아마겟돈>의 관객들은 영화 속 사원 앞에서 구원을 기다리며 기도하는 군중들과 똑같은 처지다. 대신 <아마겟돈>은 부실한 드라마를 보충하기 우해 곁가지에 더욱 신경을 썼다. 슈퍼스타 브루스 윌리스와 인디 계열 배우들인 빌리 밥 손튼, 벤 에플렉, 스티브 부세미, 피터 스토메어 등이 한 화면에서 재기 넘치는 대사를 지껄이는 광경은 역시 즐겁다.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브루스 윌리스

시나리오 작가인 조나단 헨슬레이가 해리 스탬퍼의 캐릭터를 빌려온 실제 인물은 석유 채굴 업계에서 악명 노은 레드 아데어라는 인물이다. 레드는 석유가 있나 없나 무작정 파본 뒤에 횡재를 하거나 쫄딱 망하거나 하는 투기꾼이다. 헨슬레이는 모험적인 투기꾼 캐릭터 위에 강인하고, 정의감 넘치는 영웅의 이미지를 겹쳐놓았다. 조나단 헨슬레이가 다져놓은 해리의 캐릭터는 브루스 윌리스의 기존 이미지와는 다른 것이다. 브루스 윌리스는 <다이 하드>(1998)나 <마지막 보이스카우트>(1991)에서 '백인 쓰레기'의 반영웅으로 등장했다. 영화 속의 브루스 윌리스에게 가족이 온전한 형태로 존재한 적도 없었다. 하지만 <아마겟돈>에서 브루스 윌리스는 딸에게 고별인사를 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옆머리가 희끗희끗한 '아버지'로 등장한다. 나이도 들었고, 시대도 바뀌었으니까. 에어로스미스가 부른 주제곡 'I Don't Want to Miss a Thing'의 뮤직비디오에서는 브루스 윌리스 대신, 스티븐 타일러의 얼굴이 화면에 떠오르고 그 위로 리브 타일러의 손이 겹친다. 현실과 가상이 절묘하게 교차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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