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인터스텔라 영화 리뷰

축겜탐구 2021. 9. 23. 02:22

지구의 종말로 시작되는 이야기

사막화가 진행되어 더 이상 생존이 불가능해진 지구. 토성 근처에 미지의 존재가 만든 웜홀이 발견되고, 인류가 이주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행성을 찾기 위해 12명의 탐험가가 떠났다. <다크 나이트>(2008)와 <인셉션>(2010)의 크리스토퍼 놀런이 연출한 <인터스텔라>는 광대한 우주의 신비에 도전하는 탐험가들의 이야기인 동시에 인간의 가장 모호하면서도 강력한 감정인 '사랑'에 대한 탐구다. 이성에 대한 사랑을 넘어 가족, 인간, 우주에 대한 사랑까지.

 

엔지니어이며 우주비행사인 쿠퍼(매튜 매커너히)는 이제 농사를 짓는다. 황폐해진 세상에서는 식량이 제일 중요하다. 그러나 쿠퍼는 지금 필요한 일만 해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고 믿는다. 어느 날,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딸 머피의 방에서 책꽂이의 책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등 초자연적인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그냥 유령이 아니라 뭔가가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는 머피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모스 부호에 대입해보니 좌표가 나온다. 그리고 <인터스텔라>는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비밀리에 NASA는 외계 행성을 조사하고 있었고, 이주 계획도 있다. 우주비행사가 사라진 세상에서 쿠퍼는 대단히 중요한 존재다. 결국 쿠퍼는 과학자들과 함께 우주로 향한다.

 

크리스토퍼 놀런의 역량

크리스토퍼 놀런은 집요하다. 어렸을 때 떠올렸던 아이디어를 간직하고 있다가, 마침내 만든 영화가 <인셉션>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꿈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영상으로 그려냈다. <인셉션>을 보고 있으면, 내가 잠들 때마다 만나는 '꿈'이 저런 형상이고, 저런 법칙으로 움직이는 것만 같다. <인터스텔라>에는 웜홀, 블랙홀, 다차원의 우주 등이 나온다. 단지 나오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과학기술과 이론을 총동원하여 정확하게 보여준다.

 

웜홀은 '구멍'이 아니라 구의 형태로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웜홀을 거쳐 도착한 은하계, 그들이 가야 하는 행성 옆에는 블랙홀이 있다. 흔히 블랙홀이라면 거대한 검은 구멍 정도로 생각한다. 빛도 빨아들이는 블랙홀은 빛이 주변을 맴돌기에 특이한 모양과 빛의 움직임으로 나타난다. 크리스토퍼 놀런의 동생인 조나단 놀런은 <인터스텔라>의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대학에서 4년간 상대성이론을 공부했고, 블랙홀이 어떤 모양으로 보이는지 물리학자 킵 손을 초빙하여 연구하고 배웠다.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가 <인터스텔라>에 등장하는 우주다. 웜홀을 지나갈 때의 풍경은 <콘택트>(1997)를 비롯한 많은 SF영화에서 나왔지만 블랙홀은 그야말로 최초다. 우주 어딘가에 존재하지만 아직까지 어떤 인간도 보지 못했던 블랙홀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인터스텔라>는 위대하다. 대자연의 웅대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이상의 사실적인 감동이다.

 

압도적인 영상미

크리스토퍼 놀런은 이성적인 감독이다. 감정을 말하면서도 철저하게 인과관계를 파고들어 세밀하게 설명한다. <인터스텔라>는 처음부터 사랑에 대한 복선을 깔아 두고 하나씩 짚어가며 마지막 순간에 폭발시킨다. 전형적이고, 지나치게 비장해서 크게 감동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그런 단점이 크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심지어 3시간여의 상영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인터스텔라>는 인간이 우주에 갔을 때 무엇을 보게 되고, 무슨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 지금의 과학이 상상할 수 있는 최대치를 보여준다.

 

상상으로 만들어낸 온갖 이미지들을 사랑하지만, 미지의 사실을 보는 것도 그것 이상으로 좋다. <인터스텔라>는 우주를 보여준다. 우주의 그림, 풍경이 어떤지를 내 눈으로 확인하게 한다. 그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인터스텔라>는 압도적이다. 그렇다면 <인터스텔라>는 허술한 이야기를 탁월한 영상을 보완하는 영화일까? 천만에. <인터스텔라>는 과학적인 상상력이 만들어내는 이미지 자체에 얼마나 탁월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다. 그러니 <인터스텔라>를 봐야만 한다. 되도록이면 아이맥스로 봐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