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리언4 영화 리뷰
에어리언 시리즈의 매력
<에어리언> 시리즈의 진짜 매력은 새로움이다. 리들리 스콧의 <에어리언>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79년. 그리고 18년이 흐른 1997년, 시리즈의 4번째 작품까지 <에어리언>은 언제나 SF영화의 새로운 경향이었다. SF 공포물인 1편, SF전쟁물인 제임스 카메론의 2편, 그리고 네오 누아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던 데이비드 핀처의 3편까지 <에어리언> 시리즈는 항상 출발점에 서 있었다. 그렇다면 4편은 어떨까? 이번에는 이미 <델리카트슨 사람들>(1991)과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1995)로 실력을 인정받은, 지명도 있는 프랑스 감독 장 피에르 주네다. 폐소공포증과 모성 전쟁으로 상징되는 <에어리언>이 유럽의 기괴한 동화적 상상력과 결합한다면 어떤 영화가 태어날까? 어쩌면 인간과 에어리언의 혼혈처럼 섬뜩한 웃음을 주는 영화?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에어리언4>는 전편과 다름없는, 파격적으로 새로운 영화라는 사실.
익숙한 공식의 초반부
리플리(시고니 위버)가 죽은 지 200년, 인간의 오만과 욕망이 새로운 재앙을 불러온다. '회사'의 과학자들은 <에어리언3>(1992)에서 자살한 리플리의 DNA 샘플을 채취한다. 그리고 우주 공간의 기지에서 리플리를 부활시킨다. 리플리의 몸 안에는 여전히 에어리언의 태아가 자라고 있었고, 과학자들은 태아를 분리해 에어리언을 번식시키는 데 성공한다. 에어리언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숙주가 필요했고, '회사'는 우주 사냥꾼을 고용하여 사람들을 납치해온다.
한편 복제된 리플리는 빠르게 기억을 되찾고 에어리언의 존재를 느낀다. 또한 복제 과정에서 에어리언의 DNA가 섞였기 때문에 뛰어난 신체적 능력까지 갖게 된다. 몸속에 쇠를 녹이는 산성의 피가 흐르는 것이다. 리플리는 에어리언을 말살할 기회만을 노리고 있다. 한편 콜 애널리(위노나 라이더)를 포함한 우주 사냥꾼들이 숙주로 쓸 사람들을 기지로 데려오고, 기지에서는 본격적으로 에어리언 배양이 시작된다. 과학자들은 에어리언을 특수 감옥에 가두어 놓았기 때문에 절대로 탈출할 수 없다고 자신한다. 그러나 그들은 에어리언에게 지능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결국 에어리언은 간단하게 우리를 탈출하고, 자신을 길들이겠다던 인간을 공격한다. 여기까지는 익숙한 공식을 따라간다. 하지만 <에어리언4>의 진짜 볼거리는 이제부터 시작된다.
전작과 다른 새로운 작품
<에어리언4>의 각본을 맡은 신예는 <토이 스토리>(1995)와 TV시리즈 <미녀와 뱀파이어>를 썼던 조스 웨던이다. "나는 광적인 <에어리언> 팬이다. 나는 <에어리언> 시리즈와 함께 성장했고, 항상 <에어리언>의 시나리오를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시나리오를 제의 받은 후 나는 <에어리언>의 팬인 나 자신부터 만족시킬 만한 이야기를 구상했다. 흥미진진한 액션, 상상을 초월하는 복선, 이미 에어리언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는 물론 그 이상으로 기대하는 모든 것을 절묘하게 결합했다." 우선 리플리가 변했다. 3편까지의 리플리는 그야말로 외유내강의 여성이다. 평소에는 에어리언에 대한 두려움으로 당자이라도 도망치고 싶지만, 곤경에 처해서는 에어리언과 맞대결도 서슴지 않는 여성.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 리플리는 불사조 같은 전천후 전사로 변해 손으로 철판을 뜯어내고, 에어리언과 육박전도 마다하지 않는다. 조스 웨던의 상상력은 대서양을 건너 장 피에르 주네의 그것과 연결된다. 역시 <에어리언>의 팬이라는 주네는 "시나리오를 봤을 때 나는 <델리카트슨 사람들>과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에서 내가 보여준 몇 가지 요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다양한 부랑자들이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는 환경과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과학에의 맹신, 그리고 복제 인간이 그것이다. 수중 장면도 내가 좋아하는 것이다. 이 영화의 스토리가 마치 내 머리에서 쓰인 듯한 착각이 일 정도"라고 했다. 여기에 나치의 생체 실험을 연상시키는 기형 인간까지, 조스 웨던과 장 피에르 주네의 엽기적인 상상력은 끝이 없다. 시고니 위버는 캐스팅되기 전에 이전 <에어리언>과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작품이 아니면 출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조스 웨던의 시나리오를 읽은 시고니 위버가 선뜻 응했듯이 <에어리언4>는 전작과는 다른 새로운 작품이 되었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에어리언4>는 탁월하다. <에어리언4>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에어리언이 최초로 등장한다. <에어리언4> 최고의 볼거리인 수중 촬영 장면에서 등장하는 에어리언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졌다. 표범 같은 에어리언을 원했던 3편보다 훨씬 유연하고, 재빠른 에어리언의 동작이 인상적이다. 또한 인간의 유전자가 섞이면서 자궁을 갖게 되어 단성생식이 가능해진 퀸 에어리언과 자궁을 통해 태어난, 인간과 에어리언의 자식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톰 우드러프와 알렉 길리스의 노력은 에어리언의 형상을 처음 창조했던 H. R. 기거의 이름이 <에어리언4>에서 빠지게 만들 정도다. 또한 촬영감독인 다리우스 콘지는 자신의 특기인 '명암 배합' 조명 테크닉과 ENR이라는 테크니컬러 프로세스를 도입한 색감 표현을 <에어리언4>에서 시도했다. ENR 기법은 프로세싱 과정에서 필름에 일정한 양의 은을 첨가하는 기법으로 음영의 대비가 더욱 날카로워질 뿐 아니라 색상 자체도 더욱 깊어진다. 콘지는 이미 <세븐>(1995)과 <에비타>(1996)에서도 이 기법을 사용하여 아카데미 촬영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누아르풍의 <세븐>에 이어 <에어리언4>에서 이 기법이 가장 효과적으로 쓰였다.
<에어리언4> 최고의 장점이라면 에어리언의 잔인한 파상공격 속에서도 사그라들지 않는 웨던과 주네의 블랙 유머 감각, 폐소공포증과 인간의 지적 야만성을 함축적으로 담아낸 상징적인 영상, 그리고 에어리언 그 자체다. 단점은? 장 피에르 주네의 모든 영화처럼 때로 스토리 자체가 삐걱거린다는 것. 그래도 상관없다. 어차피 말이 통하지 않는 에어리언에게 무슨 스토리가 필요한가. 자식일지라도 어차피 에어리언은 없애야 할 적일 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