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택트 영화 리뷰
미지의 존재에 대한 호기심
거기 아무도 없나요? 대답해주세요. 사람들은 언제나 누군가를 찾아 헤맨다. 자기를 사랑해줄, 혹은 그저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시켜줄 대상을 찾아 방황한다. 외계인을 찾아 나서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이 넓은 우주 어딘가에 인간과 같은 지능을 갖춘 누군가가 있다고 믿는, 혹은 믿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외계인을 찾아 나서는 행위는 간단하지 않다. 본질적인 외로움이란 철학적 의미도 막강하지만, 그보다는 현실적인 계산이 우선한다. 인류가 처음으로 외계인을 만났을 때의 표정을 상상해보자. 전혀 새로운 것을 만나는 느낌은 과연 공포일까, 희열일까? 미지의 존재는 제어할 수 없는 호기심을 촉발시킨다. 그것이 악몽의 심연인지, 성스러운 구원인지 전혀 모르는 채로 한 발을 내딛지 않고는 다른 길이 없는 것이다.
앨리 애로위(조디 포스터)가 처음 무선통신을 시작한 것은 일찍 어머니를 여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였다. 그에게 무선통신은 타인의 존재를 느끼고, 의사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아버지는 엘리에게 새로운 누군가를 찾아 나서는 기쁨을 가르쳐준 것이다. 아버지가 죽자 엘리는 더욱 광적으로 무선통신에 매달리게 된다. 대학에 진학해서도 엘리는 누군가와 의사소통하고 싶다는 욕망을 떨치지 못한다. 마침내 그 욕망은 우주로, 궁극적인 진리로 확대되어간다. 엘리는 SETI 계획에 참여하여 외계의 전파를 수신하는 일에 몰두하게 된다. 우주 공간에 가득 들어찬 전파 속에서 자연의 전파를 걸러내고 문명의 증거로 생각되는 일관성 있는 전파를 가려내는 작업이다.
어느 날 엘리는 직녀성에서 날아온 수수께끼의 '신호'를 포착한다. 몇 번의 검증을 거친 후 인공적인 신호라는 것을 확인한 엘리는 전 세계에 이 사실을 알린다. 정부는 엘리의 발견을 접수하여 국가적 차원에서 신호의 의미를 파헤친다. 우여곡절 끝에 해독한 외계의 신호는 은하계를 넘나드는 운송 수단의 설계도였다. 전 세계는 희망과 두려움 사이에서 혼란에 빠진다. 인간보다 발달된 문명을 가진 외계인의 존재는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인간의 모든 고통을 소멸하고 천년왕국을 열어줄 것인지, 수천 년간 쌓아온 인간의 문명을 송두리째 말살할 것인지 누구도 확답을 할 수 없다. 엘리는 미지의 외계인을 만날 우주선의 탑승자로 자원한다.
특수효과의 장관
<콘택트>는 상상에 기초한 SF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가 되었다. 이 영화는 외계인이 아니라 우리 자신에 관한 이야기인 것이다.
<콘택트>는 첫 장면부터 특수효과의 장관을 펼쳐 보인다. 지구를 보여주던 카메라는 뒤로 빠지면서 태양계를 지나고, 수많은 은하계를 넘어 마침내 어린 시절 엘리의 눈으로 들어간다. 바깥의 우주와 마음의 우주가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한순간에 표현해낸 이 장면은 비슷한 효과를 보여주었던 <맨 인 블랙>(1997)의 마지막 장면을 너끈히 뛰어넘는다. 엘리가 외계인을 만나기 위해 우주선을 타고, 직녀성으로 가는 여정 역시 지극히 환상적이면서도 사실적으로 표현된다. 광속 이상의 빠르기로 움직이는 우주선 속에서 투명하고 일그러진 모습으로 비치는 사물과 바깥 풍경이 탄성을 자아낸다. 하지만 외계인과 엘리의 만남은 의외로 맥 빠진다. <솔라리스> <메모리스> 등의 SF물로 이미 익숙한 '마음의 반영'은 이야기 구조상 어쩔 수 없는 결과지만,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사실과 가상의 경계를 지워버리는 로버트 저메키스의 특기 역시 <콘택트>에서 어김없이 발휘된다. <포레스트 검프>(1994)에서 케네디와 닉슨 등 실제 인물을 영화 속에 교묘하게 섞어놓았던 저메키스는 <콘택트>에서도 클린턴 대통령을 카메오 배우로 출연시켰다. 이번에는 악수 정도가 아니라 아예 외계인과의 만남을 앞두고 침착하라는 연설까지 하게 만든 것. 클린턴의 실제 영상을 따와서 배경 화면과 합성하고, 컴퓨터로 변조하여 클린턴을 <콘택트>에 '출연'시킨 것이다. 게다가 타임워너 소유의 CNN 기자 스물다섯 명이 직접 출연하는가 하면, CNN 프로그램인 <래리 킹 쇼> <크로스파이어>를 영화 속에 삽입해 더욱 '사실성'을 높였다. 게다가 칼 세이건의 미망인이자 작가인 앤 드루얀은 실명으로 영화 속 <크로스파이어>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외계인의 존재에 대한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오손 웰즈가 화성 침공을 실제 상황인 것처럼 라디오로 방송해서 패닉 현상을 일으킨 것과는 다르지만, 저메키스의 의도는 확실하다. 어디까지나 자신은 '현실'의 소재를 이용하여 "환상을 창조한다"는 것. <콘택트>는 가장 화려한 '환상'을 통해 관객을 새로운 '현실'로 인도한다.